
주민의 기억이 공간이 되다, 송말리 ‘기록정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축산마을
2025년 봄, 경기도 이천시백사면 송말리가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다. 축산업 중심지로 성장해 온 이 마을이 ‘기록정원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와 생태가 공존하는 생활공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업은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주민주도형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로, 마을의 기억을 정원이라는 공간 언어로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주민이 만든 추진체계, 변화의 출발선에 서다
송말리의 변화는 행정이 아닌 주민의 선택에서 출발했다. 2024년 초, 마을 대표를 중심으로 청년회와 주민 19명이 참여해 ‘송말리 마을정원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단순한 미관 개선이나 조경 사업이 아닌, 마을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는 작업을 목표로 설정했다. 주민들은 마을의 축산 역사, 생활 풍경, 세대 간 기억을 수집하며 기록정원의 방향성을 구체화했다. 이러한 과정은 외부 주도형 사업과 달리 주민이 스스로 의사결정과 실행에 참여하는 참여형 마을 재생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천시와의 협력, 문화마을 전환을 공식화하다
이번 기록정원 프로젝트는 이천시 백사면이 주최하고 송말리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구조로 추진된다. 이천시는 농촌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마을 정원 사업을 주요 문화정책 중 하나로 설정해 왔다. 특히 송말리 사례는 축산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문화·생태 중심의 생활환경으로 전환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시는 이번 사업을 향후 다른 농촌 지역으로 확산 가능한 공공디자인 기반 마을 재생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전문 조직 참여로 실행력과 지속성을 강화하다
프로젝트 운영에는 한국시민정원사 협동조합이 참여한다. 이 단체는 시민 참여형 정원 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다양한 지역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전문 조직이다. 이번 사업에서는 주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 식재 디자인, 생태 기록, 커뮤니티 워크숍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2025년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과 전문가가 함께 마을의 이야기를 식물과 공간으로 표현하고, 세대 간 교류가 가능한 생활 속 정원 문화를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마을 변화 과정을 정리한 기록정원 노트를 제작해 지역 자산으로 남길 계획이다.
기록정원이 여는 지역경제와 문화의 가능성
송말리 기록정원은 단순한 경관 조성 사업을 넘어, 축산업 이후 마을의 새로운 경제·문화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도다. 주민들은 정원을 중심으로 한 에코관광, 생활문화 체험, 지역 스토리 기반 콘텐츠 개발 등을 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마을 고유의 이야기를 콘텐츠화하는 방식으로, 다른 농촌 지역에도 적용 가능한 문화 전환 사례로 평가된다. 이천시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마을 재생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축산마을에서 문화마을로의 전환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결과물이 아니다. 송말리의 기록정원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를 설계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천시가 지향하는 시민 중심 문화도시 전략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실증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